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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학교 직업교육 개선을 위한 제언

tosoony 2015. 9. 9. 04:51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시각장애교육이 시작된 이래 ‘시각장애인의 직업교육’은 바로 ‘이료교육’이라는 등식으로 정의되어 왔다. 즉 이료업은 시각장애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직종으로서 1913년 제생원에서 시작되어 100년이 지나는 동안 시각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료업이 시각장애인들의 유보직종으로서 유지되기까지 많은 역사적 고비를 넘겼다. 안마사 양성을 담당했던 시각장애학교 교육과정과 안마사 제도와의 불일치, 침사 제도의 폐지, 무자격 안마행위자들의 영업행위 등은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했고 결국 이료업의 쇠퇴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시각장애학교를 중심으로 한 이료교육은 시각장애인의 직업적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중단되지 않고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이료업의 쇠퇴 분위기는 시각장애학생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쳐 시각장애학교 직업교육에 있어 다양한 진로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학령기 학생들의 상당수가 대학진학을 원하고 있으며 이료업을 원하는 학생은 주로 중도실명자가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이 이료업으로 진로를 설정하지 않는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진학 및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 “전망이 밝지 않을 것 같아서”, “부모님이나 기타 가족이 원하지 않으므로” 이는 시각장애학생의 흥미와 적성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료 분야의 취업 지원과 고용 유지가 불안정하고 이료업에 대한 가족을 포함한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반영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현재 시각장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직업교육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시각장애학생의 다양한 진로 욕구를 반영하고 합리적인 직업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고등학교과정의 일반계열 전환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 최근 시각장애학교 고등학교과정에 인문과정을 설치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시각장애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후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안마업에 취업하거나 안마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 교직이나 사회복지 분야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시각장애학생들이 안마사 자격을 포기하고 대신 대학 진학을 통해 자신이 희망하는 전문직에 진출하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서울맹학교는 2004학년도, 한빛맹학교는 2013학년도, 광주세광학교는 2014학년도에 각각 인문과정을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2004학년도에 서울맹학교에 인문과정이 설치된 이후 인문과정의 효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안마사 양성 교육제도의 변화가 시급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일반계열 전환에 앞서 선결되어져야 할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조건부로 시각장애학교 고등학교과정의 일반계열 전환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현행 의료법 82조(안마사)를 개정하여 안마사 양성 기관을 ‘고등학교에 준한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고등학교 이상의 학제로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안마 수련 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자격도 전자와 같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고등학교과정을 일반계열로 모두 전환할 경우 시각장애학교에 이료교육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전공과 설치에 있어 정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인문과정 설치·운영에 있어 전제되어져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고 현행 안마사 자격 제도 하에서 인문과정으로 전환된다면 단위 학교나 학생 그리고 교사 등 뜻하지 않은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시각장애학교 고등학교과정의 일반계열 전환 문제는 이료 관련 법 제도의 정비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시각장애학교 관리자, 이료교사와 안마사협회 관계자 및 시각장애교육과 재활 분야의 전문가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이료교육의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이료재활과정을 평생교육 차원의 전공과로 전환하여 운영해야 한다. 성인 학습자는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중등교육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중도실명시각장애인은 재활 대상이기 전에 평생 자신의 삶을 가꾸어나가야 하는 평생 학습 대상자다. 이는 시각장애학교 이료재활과정에 재학 중인 중도실명 시각장애인에게 자신의 경험과 흥미, 학습동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학습분위기를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시각장애학교는 이들이 직업재활에 필요한 기초재활훈련과 직업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정을 학습하는데 주체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에 편입시켜 운영하고 있는 시각장애학교 이료재활과정을 전공과로 옮겨 운영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이료재활과정을 전공과에 편입시켜 학점은행제 학점 취득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야 할 것이다. 시각장애학교 전공과에 학적을 두도록 함으로써 학령기 학생에게 적용되는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자발적 학습설계와 책임을 강조하도록 하여 장애인평생학습을 구현해가는 평생학습자로서 주체적인 삶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각중복장애학생을 위한 직업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전공과를 설치해야 한다. 시각장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직업교과의 영역은 이제 더 이상 이료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되고 학생의 장애 정도와 진로 흥미에 따라 다양화되어야 한다.

우선 시각장애학교에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시각중복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고등학교 과정 시각중복장애학생은 졸업 후를 대비하여 기술 교육을 실시하되,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직업재활 훈련을 위해 2년 과정의 직업재활/자립생활 훈련 전공과에서 지역사회중심 교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 체제를 정비해 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안마사 관련 직업교육을 이수할 수 없는 시각중복장애학생들을 위해 맞춤형 진로·직업교육이 필요하다. 장애 정도에 관계없이 능력에 알맞은 전문 기술을 습득하여 장차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직업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현재 몇몇 시각장애학교에 설치된 자립생활전공과를 전국 시각장애학교로 확대 설치하되, 자립생활 훈련과정과 직업재활 훈련과정으로 학급을 나누고 입학 대상을 선별해 모집할 필요가 있다. 즉 자립생활 훈련 과정은 기초적 신변자립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선발하고, 직업재활훈련 과정은 이료교과 학습은 곤란하나 기본적인 신변 자립 및 의사소통 등 기초생활 능력을 갖춘 시각중복장애학생으로 제한하여 진로·직업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직업재활 훈련 전공과의 교육과정은 독립생활기술, 의사소통기술, 사회적 기술, 단순조립, 포장 등 보호작업장 형태의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련도를 갖출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자립생활 훈련 전공과는 일상생활(건강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 영역, 직업생활(직업준비, 직업기능) 영역, 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운영하여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기초 기능을 습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허병훈, 브레일타임즈 포커스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