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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정보접근에 대한 불편한 진실

tosoony 2010. 6. 2. 01:47

사람들은 요즘 세상을 정보화 사회라 쉽게 말들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들어오는 출판물의 홍수, 거기에 매스미디어의 확대에 더하여 인터넷이라는 초고속 통신망이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마우스 클릭 하나면 전국 일간지는 물론 대형 서점의 출판물 도서까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에 더하여 작년 소위 아이폰 열풍에 따른 유비쿼터스, 스마트폰 신드롬은 이제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손안에 집어삼키고 있는 중입니다.

 이처럼 입이 딱 벌어질 것 같은 정보의 대변혁 속에서 오히려 처연하게 소외감을 느껴야만 하는 계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이 아닐까요..

물론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의 발달 또한 최근 들어 두드러지면서 과거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큼 여러 공학매체를 우리 손끝에서 사용하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날 대부분 몇몇 아이티 기업과 복지기관 등에 의해 주도되어 온 우리나라의 장애인 공학기기의 보급이 최소한 양적인 면에서만큼은 급성장을 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 매년 지속되는 장애인을 위한 여러 사업과 고가의 매체 보급을 한켠에서 지켜보면서 그저 기쁘고 반가움만이 아닌 일말의 노파심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요..

여기서 기억나는 주위의 단상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합니다.

 

하나, 몇 년전 한 장애 관련 기관에서 공무원 시험 장애인 지원 정책에 대한 비판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문맹률이 96%가 넘는데도 점자 문제지와 별도의 시험시간 제공만으로 가능한가라는 내용을 제시하면서 당연히 별도의 컴퓨터 또는 단말기 지원을 요구한다라는 성명서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둘, 직장에 있다 보면 종종 학생들이나 외부 학부모들로부터 숨이 턱에 차는 전화나 질문을 받곤 하는데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말하는 종이'가 나왔다느니, '말로 하는 컴퓨터'가 새로 출시되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빨리 그걸 구해서 가르칠 순 없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호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위의 두가지 사례는 서로 다른 내용입니다만 저는 오늘 이 둘을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먼저 처음에 적은 점자와 기타 공학매체 지원과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분들도 간혹 들어보신 적이 있으리라 봅니다.

아니 어쩌면 이 글을 보는 분들 가운데 위의 지원 확대를 통해 교사 임용이나 공무원 시험에 편의를 얻은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위의 제도 확대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저 스스로도 간혹 위의 두가지 주장, 즉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지원이 더 우선이냐, 아니면 점자가 이미 4%의 효율성밖에 갖지 못하니 이제 모든 정보접근 매체를 공학기기로 대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접근권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관이나 업체가 모든 것을 다 지원해 준다면야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그런데 때에 따라 여러 이유로 인해 모든 것을 다 지원해 줄 수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쪽이 기본이고,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가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단순한 정보접근 매체 이상으로 소중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 모두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다른 현실에서 우리 내부에서 점자 이용률이 미미한 점을 스스럼없이 데이터를 제시하는 상황이라면 바깥의 영리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복지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어떻게 이 부분을 정리할지 심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어떤 제약회사가 자신들이 만든 약병 표면에 점자를 표기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매체를 활용한 박코드를 상입하는 게 나은지 하나를 선택해 줄 것을 묻는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하시겠습니까?

이 점에 대해 우리들 내부에서 특히 교육적인 면, 재활 지원적인 면 모두에서 나름의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는 한 어쩌면 앞으로 우리나라 시각장애 정보접근 매체 보급의 큰 물줄기가 엉뚱하게 흘러가고 그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다음으로 두 번째로 소개한 상황에 대해 이어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앞에서 이미 눈치채셨다시피 당시 신문 방송보도에서의 문제의 기사란 이미 우리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어 온 특정 박코드 기기와 유명한 화면읽기 프로그램의 관한 재탕 기사였습니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 이야기들을 소위 몇몇 무개념의(?) 기자들만 새롭게 유일하게 출시된 제품인 양 억지 표현과 비약을 혼합해 함부로 매스컴에 올리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부질없는 기대를 하고 다시금 실망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요즘 들어 더더욱 우려를 하는 점은 위의 여러 공학매체들 가운데 특정 회사의 제품이 유독 매스컴과 정치, 관공서 등에서 같은 주제로 회자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해당 보도나 정책적 지원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어찌 보면 경쟁 사회에서 다른 타 회사들과의 디지털 공학매체 홍보나 개발 싸움에서 앞서가는 모습은 칭찬받을 만한 일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새로 출시된 제품의 신기함과 개발에 따른 고마움에 도취되어 있는사이 구속성있는 정부와 공공기관 및 국회 등에서 특정 제품의 보급이 이 나라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의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줄 수 있는 정답인양 생각하고 예산과 정책을 신속하게 밀어붙이려 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의 선호도나 취향, 또 읽고자 하는 도서나 정보의 종류 등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만 최소한 그러한 객관적인 필드 데이터나 장애 당사자들의 합리적인 의견 자료 없이 제3자 특히 때로는 이들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영리업자들의 목소리에 의해서만 조립되어진 데이터만을 갖고 예산이 한쪽으로 집행된다면 여러분들은 그것을 그대로 감내하실 수 있는지요.

이 점은 저도 참 민감한 부분인데요.

 저 역시 이런 저런 기기들을 애용하기도 하고, 여러 업체분들의 땀과 고생하는 노력을 곁에서 보고 있기에 어느 것이 질적으로 무조건 우월하다 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이러한 제 우려와 노파심이 현실에서 하나 둘 나타나고 있는데요.

저작권법 개정에 따른 국립 장애인 도서관의 출판사 납본으로 인한 매체 제작 방식 문제나 전국의 유력 공공기관들에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공식 문서나 유인물 등에 박코드를 부착해 배포하는 점 등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접근 매체 방식에 대해 찬성하지 않거나 다른 매체에 대한 사용 요구 즉, 점자를 포함한 다른 디지털 방식의 자료를 보기 원하는 경우 어떻게 이를 해결하시겠습니까?


이 점에 대한 답은 저도 사실 아직 명확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과 우리 시각장애 단체의 최근 활동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기도하려니와 실제 당사자인 여러분들의 주된 의견이 어떤 매체 또는 어떤 접근방식으로 모이고 있는지 저역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동안 10년 넘게 장애인 공학 IT 제품이나 소프트우에어 개발 등의 사업에 직간접으로 관여되면서 느낀 점은 장애인 제품이 새로 개발 보급되고, 국가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신뢰성있는 토론이나 공청회, 세미나 등 다수의 시각장애 전문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높은 데서 나온 분들은 신기한 제품 개발 전시장에서 소개하는 작동과정을 보며 호평만을 하게 되고, 실제 이를 납품받아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기관에서조차 피상적인 평가 데이터만을 갖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책 담당부서나 예산을 집행하는 부서에 의견을 전달하는 분들이라면 최소한 자기가 지금 제시하는 제품이 시각장애인들의 고통과 정보접근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거나,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희망하는 제품이라는 등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여기서 이런 주제를 꺼내다 보면 꼭 나오는 주제가 몇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이런 문제 제기가 해당 업체들의 성의있는 분투와 개발 의욕을 절감시켜 우리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 또 나머지는 어차피 공짜 또는 아주 저가에 제품을 사용하면서 그런 비판적인 내용을 한껏 내놓을 수 없지 않겠는냐는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점에서만큼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위의 두가지 논리 모두 현 상황의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날카롭고 세밀한 사용자들의 요구와 개선사항 제시는 그들의 개발 의욕과 제품가치를 높이게 되고, 그것이 다시금 그들의 수익성 향상이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또한 설사 우리가 소위 공짜 또는 저가로 제품을 사용한다 하여 그것이 우리들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 오히려 우리가 무덤덤하게 제품 사용에 대한 피드백을 주지 않을 경우 추후에 장기적으로 정부에서 세금을 들여 그 제품을 재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생각해 보지 않으시는지요.

그러기에 저는 당사자들의 다양하면서도 폭넓은 비판과 의견 제시가 더욱 필요한 시기가 바로 요즘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중언 부언되며 많이 길어졌네요.

제 글이 잠시 잊었던 우리들 현안을 일깨우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며, 이곳 카페에서라도 신선한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 가져봅니다.


토순이.


- daum 전시사모 카페(cafe.daum.net/blinduser)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