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태풍
일찍 다가선 7월 무더위 속에서 비둘기의 독립 준비는 하루가 다르게 부산해져만 간다.
실외기와 창문벽 사이를 푸드덕거리며 올라서기 연습에 여념이 없다가도 애미가 먹이를 물고 나타나기만 하면 시끄러울 정도로 짹짹거리기 시작한다.
이젠 아예 날 무시하기라도 하는건지 방안에서 헛기침을 하거나 박수를 쳐 보아도 창밖에서는 지들끼리 먹이 쟁탈전에 정신이 팔려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제7호 태풍 카눈이 몰려 왔다.
부서질 것 같이 흔들어대는 바람과 함께 몰려 온 태풍의 기세에 습한 저녁 내 창을 열어 둘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드는 생각은, 이런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조류들은 어디서 정보를 얻고 어떻게 미연에 대피하는지 궁금해졌다.
하긴 엄청난 에어컨 실외기 소음과 인간의 위협에도 끄덕없는 녀석들인데 당근 잘 지내겠지 하는 생각에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조용해진 바깥을 느끼며 창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문제의 녀석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시금 아이를 데려다 창문 턱 주변을 둘러보게 해도 그놈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둥지로 쓰였던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는 나뭇가지와 배설물의 잔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이놈들이 떠났구나~~
나름 기다렸던 결과에 잘됐다라는 반가움이 들었다.
아내도 이제야 비로소 대청소를 할 때가 왔다면서 조금씩 흩뿌리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임시 비둘기의 거처를 물로 씻어냈다.
"설마 태풍에 죽기야 했겠어요~~ 미연에 알고 다른 안전한 곳으로 각자 떠나갔겠지요.."
반색하며 청소에 여념이 없는 아내가 무심히 말을 했다.
그럼에도 잠깐이나마 아쉬운 생각이 든 것은 왜인지~~
무단 주거침입에 공짜 전세를 산 놈들이긴 했지만 한 달 가까이 서로를 관찰하며 더부살이를 한 녀석들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며칠 후 딸아이가 집에 들어서며 말한다.
아파트 앞 산책로 나무위에 어린 비둘기들이 앉아 있는 것을 봤다며 그놈들이 우리 집에서 동거한 놈들일지 모른다나..
딸아이도 작지만 가버린 비둘기가 떠오른 것이었을까.
아무튼간에 이왕이면 독립을 잘해서 잘 먹고 잘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토순이.